일러스트 이야기
올해도 마당 한편에 깻잎이 숲을 이루었다.
새끼손톱보다 더 작았던 새싹들이
햇볕을 쬐고 비를 맞으며 어느새 무릎까지 키가 자랐다.

가만히 앉아 깻잎숲을 보았다.
잎과 잎이 겹쳐진 비좁은 틈 사이로
작은 무언가가 조용히 숨어있다.

방아깨비다.
세모 모양의 몸통에 여린 연두빛을 띄는 곤충.
그런데 글쎄.. 방아깨비가 방아깨비가 아니었다.

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듯
작은 크기의 방아깨비는
‘섬서구메뚜기’라는 메뚜기목의 곤충이다.
여태껏 세모 몸통의 곤충은
모두 방아깨비라고 생각했는데..
이제야 제대로 된 이름을 알았다.

숨죽이고 들여다보지 않으면
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섬서구메뚜기.
이리저리 꼼지락 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
나도 메뚜기가 된 것 마냥
함께 꼼지락대는 느낌이 든다.
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해서일까
이런 작은 존재를 발견하면 기쁘다.
꺄르르 미소가 번지며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어린아이를 깨운다.
해맑은 시선으로 눈을 뜬 어린아이는
이 시간이 너무 좋아 무언가를 그려보려 상상을 시작한다.
그런 시간들을 하나씩 모아
촌일상을 그려나간다.
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
어디든 숨어있는 작은 존재들 덕분에
나는 계속 그리는 힘을 얻는듯하다.









Nal Raem

follow me → Instagram
contact → skfoqkr@naver.com
​​​​​​​
<무단도용 및 변형사용 금지>
<Prohibition of unauthorized use and modification>


Back to Top